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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배우기

45년 만의 방문이라는 엄마와의 6월 제주 여행

by 모나스프링 2024.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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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 날

 

 
지난 겨울, 해외여행을 위해 우리의 권유로 엄마는 여권을 만드셨습니다. 그 이후로 큰아이가 할머니 여행을 위해 일본을 알아보다가 희귀한 병이 일본에서 돈다는 이유로 일본은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살짝 방향을 틀어 제주여행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45년 만의 방문이라는 엄마의 제주여행. 그때의 방문도 큰외삼촌의 직장으로 인해 잠시 들렀다고 해요.
 
 
엄마가 좀 더 젊었을 때는 우리가 여유가 없어서 여행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을 키워놓고 조금 여유를 가지려고 하니 엄마는 이미 나이가 많이 드셨더라고요. 요양병원에 계시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그나마 엄마가 건강하실 때 이런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큰아이가 여행의 모든 것을 준비하고 가이드(?)까지 진행합니다.
 
 
이번 제주여행에는 엄마와 큰동생, 저와 큰아이가 동행합니다. 가족 모두의 시간을 맞추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될 것 같아서 자유롭게 하자는 의견을 수렴했어요. 2박 3일이라 그렇게 길지도, 짧지도 않는 여행이 될 것 같았어요 제주 공항에 도착해서 반갑게 인사해 주는 제주의 인사 아래서 인증샷을 찍으며 여행을 시작합니다. 
 
 
 
 

 
 
:: 우영담에서 전복돌솥밥
 
제주공항에서 렌트카 셔틀을 타고 렌트카를 픽업한 후 배고프다는 모두의 아우성에 '우영담'이라는 전복솥밥 집으로 향했어요. 비행기가 조금 지연한 덕에 점심시간이 많이 지나버린 때,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에 무척 공감하며 전복솥밥을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동생과 엄마는 그다지 맛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저와 큰아이는 괜찮았어요. 전복이라는 것에 그냥 마음이 열렸던 것일까요? 
 
 
일하시는 이모님이 많이 무뚝뚝하신 것만 빼고는 다음에 다시 가서 전복돌솥밥을 천천히 음미하며 먹어보고 싶은 곳이기도 합니다. 괜찮았어요. 
 
 
 
 

 
 
:: 곽지 해수욕장
 
숙소와 가까운 곳으로 먼저 곽지 해수욕장 해안도로를 드라이브 코스로 잡았습니다. 엄마랑 함께 걷기에는 조금 더운 날씨라 차안에서 구경하기로 합니다. 오랜만에 제주도 방문을 했으니 돌하르방과 엄마의 사진을 남겨봅니다. 
 
 
 
:: 애월의 스타벅스
 
아무래도 숙소에 들어가면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게을러서) 애월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씩을 마시기로 합니다. 엄마의 커피는 언제나 바닐라 라떼인데 이곳에 바닐라 라떼가 없네요. 아쉬운대로 카페라떼를 주문해서 시럽을 조금 넣어 드렸더니 그렇게 달지 않아서 좋으시다고. 어쨌든 다행이에요. 
 
 
 
 

좌: 애월빵공장 / 우: 제주만주

 

:: 애월 빵공장
 
빵을 좀 사서 들어 가자는 의견에 큰아이가 폭풍 검색에 들어가더니 '애월 빵공장'을 찾아냅니다. 빵공장이 메인이 아닌 것 같은 시설이라 조금 실망을 했지만 뭐, 다른 곳에 가면 되니까요. 빵도 많지 않아서 몇 개만 구입해서 다음 코스인 '제주 만주'로 향했어요. 
 
 
관광도시라서 그런걸까요? 빵값도, 만주값도 보통이 아닙니다. 만주는 엄마가 좋아하시는 것이라 구입을 하긴 했지만 모두들 그렇게 만족이 되는 맛이 아니라 여행내내 방 안에서 굴러 다녔다는 사실... 손이 잘 가지 않았습니다. 선물용으로 좋을 것 같기는 한데, 가격에 비해 맛이 썩 만족스럽지는 않아요. 물론 개인취향이 있긴 하겠지만요. 
 
 
 
 

 

 

:: 애월 숙소: 어느 멋진날
 
거의 두어 달 전에 예약을 했던 숙소입니다. 일본식으로 된 나무 목욕통과 족욕을 위한 나무로 된 족욕탕이 따로 되어 있어요. 료칸이라고 하던데 이것은 하루에 한 번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그럴만한 여유가 없어서 족욕만 한 번 하고는 사용하지 않았어요. 이런 시설은 특히 겨울에 더 좋을 것 같더군요. 
 
 
개인적으로 '어느 멋진날'의 숙소는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지만 '돈값'하는 숙소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아요. 특히 좋았던 것은 스타일러가 있어서 날마다 입었던 옷을 넣어 살균하고 스타일 잡는 일을 맡기니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또 하나, 가까운 편의점에서 생수를 사서 마셔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정수기가 비치되어 있어서 물 걱정도 없었다는 것이 아주 편리했어요. 손님에게 무엇이 필요할 것인지를 아주 정확하게 파악하셔서 꾸며 놓은 숙소라 만족했던 곳입니다. 
 

 
 

▶ 둘째 날

 

 

 

:: 천제연 폭포
 
십 수년 전에 ‘천지연’ 폭포를 가 본 기억이 있는데 그것도 기억이 가물가룰했어요. 그냥 명소에 의미를 두고 특별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아… 너무 좋았습니다. 나이드신 분들도 많이 찾아 오셨던데 내려오고, 올라가는 길이 험하지가 않아서 다니시기도 좋은 길이었네요. 욕심을 좀 부리자면 그외의 공간도 활용을 좀 많이 해서 사람들이 쉬어 갈 수 있는 휴식 공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도 자연과 친밀할 수 있어서 좋았던 곳이에요.
 
 
:: 주상절리 
 
주상절리는 한마디로 눈이 호강하는 곳이지요. 바위와 바다의 어우러짐, 그 멋진 풍광을 멍때리며 바라보기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이제 제주도는 이런 비경을 그냥은 못 보게 되었어요. 입장료와 주차비가 필수가 되어 있네요. ^^


 
 

 

 

:: 한라 갈치: 중문점
 
 갈치 좋아하시는 할머니의 식성을 저격하여 큰아이가 검색해서 온 곳이에요. 갈치조림도 맛있었는데 가장 우리의 입맛을 저격했던 것은 ‘돌솥밥’이에요. 엄마랑 큰아이는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한라갈치 집의 돌솥밥 이야기를 합니다. 갈치 한상 차림의 양이 많아서 음식을 많이 남겼어요. 그런데 모두들 돌솥밥의 밥은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 ^^ 큰아이는 다음 제주에 갈 기회가 있으면 이 집의 돌솥밥은 꼭 다시 먹어 보고 싶다고 합니다. 참…



 

 

:: 숨도 
 
숨도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블로그 이웃님께서 추천해 주셔서 가보게 된 곳입니다. 입장료가 조금 세구나(성인 6천원)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가서 보니 역시 ‘돈값’하는 곳이었어요. 여름의 시작인 6월이라 하귤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특히 6월하면 수국이잖아요. 수국 좋아하시는 엄마가 가장 좋아하셨던 장소였어요. 이렇게 크고 싱싱한 수국은 나서 처음 본다는 것이 엄마의 이야기예요.


어쨌든 엄마가 너무 좋아하셨으니 그걸로 성공이죠. 날이 더워서 숨도 안의 카페에서 차 한 잔씩을 마셨는데 저는 하귤에이드를 주문합니다. 하귤이 모자라자 주방에 있던 언니들은 바깥에 나가 나무에 달린 하귤 몇 개를 뚝 따다가 바로 썰어 에이드 안에 넣어 줍니다. 그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좋아 보이기도 했어요. 원시적인 것 같지만 너무나 친근하게 다가왔던 에이드 만드는 방법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저더군요. ^^

 
 

▶ 셋째 날

 


마지막날 이침은 9시가 조금 넘어 한라산 둘레길 쪽으로 드라이브를 시작합니다. 11시가 체크아웃이라 숙소를 좀 더 즐기고 싶었지만 또 제주여행의 마지막 날이니 아쉽지만 일찍 체크아웃을 했어요. 우리의 목적지는 ‘사려니 숲길’인데 가는 길에 이렇게 예쁜 말들이 우리를 보고 있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죠. 정말 오랜만에 만나보는 여러 색깔의 말들이 그저 예쁘게만 보이네요.


엄마께 말 한 번 타 보시겠냐고 물으니 안 탄다고 하네요. 그래요, 괜히 또 작은 사고가 나도 회복이 쉽지 않은 나이라 조심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패스합니다.




 

 

:: 사려니숲
 
사려니 숲의 산책길은 완만하다고 해서 선택한 길입니다. 아무래도 엄마가 계셔서 우리에게만 맞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사려니 숲길의 초입부터 피톤치드가 풍성한 숲을 예상케 했어요. 한참을 걸어가다가 약간의 경사진 곳이 나오는데 거기서부터 큰아이와 동생이 엄마께 무리가 될 수 있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사람들… 제가 생각할 때는 아무래도 자기들이 걷기 싫은 것 같은 느낌? 엄마께 물으니 그저 웃기만 합니다.


동생과 큰아이는 엄마를 핑계로, 엄마는 이 두 사람들의 마음을 파악하셨는지 모두들 여기까지만 걷자고 합니다. 🤣 그럼 천천히 걸어 주차장까지 돌아가고 있으라고 하고, 저만 혼자 가던 길을 조금만 더 가고자 한걸음을 뗍니다. 내가 걱정되던 큰아이가 따라 오려고 하는 걸 있으라고 하고 혼자 얼른 길을 걸었어요. 한참을 가다보니 가파른 길이 시작돼요. 아, 혼자 오길 잘했구나. 15분 정도 혼자 걷다가 다시 돌아왔어요.


사려니 숲길은 생각하며 천천히 걷고 싶은 길입니다. 이번에는 그게 잘 되지 않았으니 기회에 된다면 다시 이 길을 걸어 보고 싶더라고요. 많이 걸어보지 못해서 가장 아쉬웠던 길이었어요. 아직도 다 걷지 못한 그 길이 마음에 남아 있어요. 꼭 다시 걸어 보고 싶은 길. ^^




 

 

:: 고집 돌우럭, 제주 공항점
 
 제주 여행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음식점입니다. 음식도 그랬지만 손님을 상대하며 음식에 대해 하나 하나 설명해 주셨던 매니저(?)같으신 남자분의 손님들에 대한 응대가 참 인상에 남아요. ‘장사는 저렇게 해야 해’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말이죠. 뒷 쪽에 서서 엄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서비스를 해 주셨던 아주머니도 너무 좋으셨어요. 어쩌면 이 집은 음식의 맛보다(물론 맛도 좋았어요) 손님을 응대하는 직원들의 태도가 한몫을 합니다. 배우고 싶은 부분이었어요. 고마웠어요~~




좌: 용두암, 우: 이호테우 해변

 
:: 용두암
 
 점심을 먹고 렌트카 반납시간과 비행기 시간을 확인해 보고 남은 시간들을 알차게 이용하기 위한 미션이 시작됩니다. 먼저는 용머리 해안, 용두암이 가까워서 관광하기로 했어요. ‘이 바위가 용두암이야’ 하는 것을 끝으로 그렇게 구경을 하고는, 선물샵에 들어가 이것저것을 구입했어요. 둘째 날에 들린 제주 올레시장에서도 선물을 샀는데 아쉬운 선물을 이곳에서 충당하기로 한 것이지요.

 
:: 이호테우 해변
 
 큰아이는 할머니께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를 구경시켜 드리고 싶었나봐요. 큰아이의 감성과 할머니의 감성이 서로 다를 것이지만 그나마 할머니의 감성을 찾아 드리고 싶은 것이 큰아이의 바람이겠지요. 그렇게 가게 된 이호테우 해변의 해수욕장입니다. 빨간색의 말은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가 있을 거예요. ‘예쁘다, 아니다’의 반응은요. 어쨌든 제주에 있는 것들은 모두 예쁨으로 다가오던 날들이었습니다.




 

 

:: 너와의 첫 여행: 애월 카페
 
 카페 안 보다는 바깥 정원들을 잘 가꾸어 놓은 카페입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샤방샤방해요. 수국으로 가는 길을 꾸며 놓아서 시선을 끌고, 또 다른 것으로는 감귤밭이 자그만하게 있어서 또 한 번 시선을 끌죠. 어쨌든 모든 것이 예쁘기만 한 그런 카페였어요. 카페 안은 후덥지근해서 엄마가 바깥 정원에 있는 테이블에 앉자고 하셨는데 살짝 더운 것만 빼고는 좋았던 곳입니다. 확실히 남쪽 지방이라 더위가 진하게 느껴지던 날입니다.




 
렌트카를 반납하고 다시 김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어요. 큰아이의 배려로 할머니와 저의 자리를 비지니스 자리로 마련했네요.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쓴다고 뭐라고 하지 못하는 이유는 할머니와의 여행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할머니를 배려하는 큰아이의 마음이니 이번 여행만큼은 ‘얼마를 썼니?’ 하고 묻지 않으려고 해요. 직장 휴가를 내어 시간을 내어 준 큰아이도 고맙고, 함께 동행해 준 큰동생이 있어서 든든했습니다.


특히 아직은 건강하셔서 여든을 넘긴 엄마와 함께 여행을 했다는 것에 우리는 큰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남은 시간, 건강하게 사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며 눈 깜빡할 새 지나가 버린 제주여행에 감사하게 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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