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제주 여행(천제연 폭포, 주상절리, 숨도 정원, 올레시장)을 마무리하고 다들 피곤했는지 숙소(료칸 풀빌라 어느 멋진 날)에 들어간 후 산책을 모두 사양합니다. 저녁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라 집에 있었다면 저는 퇴근 후 산책을 나갈 시간이거든요. 그래서 혼자라도 제주의 애월을 느끼고 싶었어요.
제주시의 애월읍은 타지인이 볼 때는 모든 것이 명소인 듯 해요. 아무렇지도 않게 쌓여 있는 담 사이사이에는 제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바다를 느끼게 됩니다. 작고 애틋한 바다 돌맹이 사이로 놓여져 있는 소라 껍데기며, 제주의 현무암 속에서 자라고 있는 이끼까지 신기하기 그지 없어요.
바다와 마을을 경계로 놓여진 작은 담벼락에 그려진 촌스러운 그림까지 명화처럼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 일까요? 아무렇지도 않게 떠 있는 구름 한 점까지도 유명한 화가가 그림을 그려 놓은 듯 멋스럽기까지 합니다. 여행이라는 것이 사람의 마음까지 요리하는 듯한 기분이랄까요. 그렇더라고요.
낮이 길어진 덕분에 밝은 배경 속에서 제주의 애월을 걷습니다. 걷다가 바라보게 되는 풍광에 눈을 떼지 못하고 걸음을 멈추기도 하고, 핸드폰의 카메라를 티셔츠로 쓱쓱 닦아 순간의 경험을 놓칠세라 찍어 댑니다. 제주의 애월에서 낚시하는 사람들, 엄마와 아이가 다정하게 무언가를 바다에서 얻는 모습들까지 제주의 애월은 많은 추억들을 선물합니다.
낯선 집의 담벼락 안으로 피어있던 6월의 수국이며, 오르막길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이름 모를 기분좋은 꽃까지 제주에서의 기억을 더 따스하게 만들어 주고 있네요. 얼마를 걸었는지 애월 해변가의 끝에 다다랐어요. 그 끝에서 기다리고 있던 노을은 제게 황홀함까지 선물해요.
혼자라도 나와서 걷기를 참 잘했다며 혼잣말을 마음 속으로 하는 동안도 제주 애월의 노을 속에 있던 태양은 눈이 부셔 시선을 피하게 만듭니다. 노을을 등지고 걷는 순간 순간, 많은 생각과 염려가 스쳐 지나가지만 내 능력 밖의 일들은 그 분의 발 앞에 던져 놓습니다. 그럴 경우, 얼마 후면 그 일이 해결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을 저는 알거든요.
제주 애월에서의 걷기도 그런 과정을 위한 하나의 행동이기도 해요. 제게 있어 '걷는다'는 것은 삶에 있어서 숙제를 푸는 과정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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