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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날엔 걷기

8월 22일 처서를 기다리며 무더운 여름 양재천 걷기

by 모나스프링 2024.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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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기온이 34도를 찍고 있는 요즘, 음식을 하기 위해 가스렌지 불 앞에 있노라면 온 몸이 땀범벅이 되는 것은 순간이다. 땀을 잘 흘리지 않던 내가 체질이 변한 것인지, 아님 이럴정도로 더운 것인지 순간 의아하게 만들기도 하더라. 작년보다 훨씬 에어컨을 켜는 시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주일의 캠프를 마치고도 벌써 또 한 주가 지나고 있는 시점에서 시간관리가 잘 되지 않고 있는 나의 일상을 생각하게 된다.

날이 더워서일까? 라는 핑계 아닌 핑계가 해이해지는 나의 삶을 합리화시키고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저녁 퇴근후 걷기는 양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손수건을 목에 두르고 양재천변으로 나선다.





저녁 8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진으로 보이는 풍경은 초저녁같은 느낌이다. 가끔 불어오는 후덥지근한 바람에 숨이 턱턱 막히기도 한다. 이런 날들을 언제까지 마주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는 순간, 마법같은 절기가 문득 떠오른다. ‘처서’다. 매년 느끼는 것이지만 그렇게 덥다가도 절기 중 ‘처서’를 지나면 거짓말같이 더위가 한풀 꺾이는 것이 느껴진다. 그런 이유로 몇 년 전부터 무더운 여름날이면 ‘처서’의 날짜를 알아보게 된다. 올해는 8월 22일이더라.

제 아무리 더워도 ‘처서’라는 절기가 오면 그 무덥던 더위가 꼬리를 내리고 사라진다는 사실. 없어질 것 것 같지 않던 그 무더위도 때가 되면 사라진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된다. 그래서일까? 언젠가 마주하게 될 시원함에 무더위라는 것에 내 감정을 지배받지 않게 된다. 왜? 곧 이 무더위는 사라질 것을 너무 잘 알기에. 인생도 이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려움이 내 삶에 침투해도 그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계절 가운데 적용되는 절기를 통해 배운다. 곧 그 뒤에 오는 행복을 볼 수 있는 눈, 그것을 키우는 것이 인생의 지혜이리라.





비록 날은 덥지만 양재천을 걷는 사람들이 많다. 건강을 위해서도 걷겠지만 어쩌면 더위를 잊기 위해 걷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어떤 목적을 가졌든지 걷는 사람들은 존경스럽다. 내 육체가 원하는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과천방향의 양재천을 걸을 때 내 걷기의 종점은 이곳이다. 더 이상은 인적이 드물기도 하지만 만보를 넘어서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천방향의 양재천은 강남방향의 양재천보다 기온이 1~2도 정도 낮은 것을 내 몸이 느낀다. 공기가 다르다. 공기가 훨씬 청정하고 조금은 더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런 이유로 요즘은 종종 과천방향의 양재천을 걷는다. 이곳을 걷다가 가끔 아는 변호사님을 만나기도 하는데 반갑더라. 요즘 언론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사건에 대해 변호를 맡으셨던데 지나칠 때 보면 깊은 근심으로 가득찬 얼굴이다. 막상 인사를 하게 되면 환하게 웃어 주시기는 하지만 말이다…





곧 한풀 꺾이게 될 더위를 아직은 날마다 만나고 있다. 이것이 영원하다면 일상에서의 삶이 답답함을 느끼겠지만 곧 희미해질 것임을 알기에 남아 있는 무더위가 그렇게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게 주어진 인생도 그럴 것이다. 계절에 있어 절기가 있듯이 내 인생에도 늘 절기라는 것이 있다.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슬픔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영원한 것이 아니라 그 사이사이 절기라는 것이 개입되어 우리 삶을 바꾸고 있음을 기억하고 싶다. 주어진 삶에 ‘긍정’이라는 절기를 자주 넣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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